프리랜서 개발자나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맡기고 대금을 지불했는데, 막상 저작권을 요청하니 "그건 저희 소유입니다"라는 답변을 받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반대로 프리랜서 계약서에서 저작권 조항을 빠뜨려 나중에 분쟁이 된 스타트업 사례도 꽤 있습니다. 이 글은 그런 혼동을 바로잡기 위해 작성해봤습니다.
돈을 내면 저작권도 받는다? 프리랜서 계약의 흔한 오해
많은 창업자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프리랜서에게 용역료를 지급했으니 당연히 결과물 저작권도 우리 것이겠지." 하지만 이는 저작권법의 기본 원칙과 충돌합니다.
저작권은 창작 행위 자체에 의해 저절로 발생하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코드를 작성한 프리랜서 개발자, 디자인을 만든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자동으로 귀속됩니다. 용역비를 지불했다는 사실은 그 저작물을 사용할 권리는 줄 수 있어도, 저작권 자체를 자동으로 이전하지는 않습니다.
마치 건축가에게 집 설계를 의뢰하고 비용을 지불했다고 해서, 그 설계도의 저작권이 발주자에게 넘어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저작권은 별도의 양도 계약이 있어야만 이전됩니다.
프리랜서는 법적으로 '종업원(피용자)'이 아니기 때문에, 후술할 '업무상저작물'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업무상저작물 제도 : 언제 회사가 저작자가 되나?
그렇다면 회사가 저작자가 되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바로 업무상저작물일 때입니다.
저작권법 제9조는 법인 명의로 공표되고,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다른 정함이 없을 때 법인이 저작자가 된다고 규정합니다.
단, 다음 다섯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 법인(회사)의 기획
- 종업원(피용자)이 작성
- 업무상 작성
- 법인 명의로 공표
- 계약에 다른 정함이 없음
여기서 핵심은 ② '종업원(피용자)' 입니다. 프리랜서는 법적으로 종속된 직원이 아니므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프리랜서가 만든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업무상저작물이 되지 않으며, 저작권은 프리랜서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대법원도 2021년 판결에서 이를 명확히 했습니다. 컴퓨터프로그램을 프리랜서가 작성한 경우, '피용자'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업무상저작물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기획·자금·지휘가 전적으로 발주사에 있는 경우 법원이 준용하여 발주사에 저작권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예외이며, 명확한 계약이 최우선입니다.
실제 분쟁 사례 : 프리랜서 저작권 분쟁, 4천만원 배상
이런 분쟁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한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스타트업 A사는 프리랜서 개발자 B에게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납품 후 A사는 그 소스코드를 다른 프로젝트에 무단으로 재사용했습니다. B는 A사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고, 법원은 "B의 소스코드 저작권이 인정되며, A사의 무단 재사용은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결과는 A사의 4천만원 배상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교훈은 명확합니다. 계약서에 저작권 귀속이 명시되지 않으면 법원은 창작자(프리랜서)의 저작권을 인정합니다. 아무리 큰 대금을 지불했더라도, 계약에 없으면 저작권은 프리랜서의 것입니다.
[프리랜서 계약 전 체크리스트]
첫째, 계약서 내 저작권 귀속 조항이 있는가? "저작권은 발주사에 귀속"이라고 명확히 적혀 있는지 확인하세요. "협력하여 관리한다" 같은 모호한 표현은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둘째, 납품 범위가 구체적인가? 소스코드, 라이선스 정보, 기술 문서, 원본 파일까지 목록을 명시하세요. "완성된 결과물"처럼 추상적인 표현은 피해야 합니다.
셋째, 재사용 제약이 있는가? 프리랜서가 동일한 코드나 디자인을 다른 고객에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명시하세요. 경쟁 우위를 지키는 핵심 조항입니다.
프리랜서에게 작업을 맡길 때 저작권은 자동으로 넘어오지 않습니다. 돈을 냈다는 것과 저작권 취득은 별개입니다. 법은 '창작자 보호'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명시적인 계약 없이는 저작권은 프리랜서의 것으로 남습니다.
스타트업의 핵심 자산은 기술과 콘텐츠입니다. 프리랜서 계약 단계에서 저작권 조항 하나를 챙기는 것이, 나중에 수천만 원의 분쟁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법무법인 도하 | 원준성 변호사
특허·상표·저작권·데이터 분쟁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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