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을 하다 보면 경쟁사의 상품 정보, 가격, 리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비교 사이트들을 자주 만난다. 편리해 보이지만, 그 정보들은 어떻게 수집되는 걸까? 웹 크롤링이라는 기술이 법적으로는 얼마나 안전한지 판단하기 위해, 관광·숙박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한 판례를 들여다보자.
야놀자 vs 여기어때 : 크롤링 전쟁의 전말
2018년부터 시작된 이 분쟁은 대한민국 데이터 수집 법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어때가 야놀자 플랫폼의 숙박 정보(상품명, 가격, 후기 등)를 자동 수집한 사건이다.
본 변호사가 야놀자를 대리하여 수행한 해당 사건은 결론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21년 8월 19일(2018가합508729) 민사 판결을 통해 야놀자에 약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그 근거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반한 데이터 무단사용"이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을 적용한 결정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같은 사건에서 형사 판결은 정반대였다.
형사 무죄, 민사 10억 승소의 역설
2022년 5월 12일, 대법원은 2021도1533 판결로 여기어때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저작권법 위반 혐의 모두 무죄였다.
이것이 역설이다. 같은 행위가 민사에서는 불법이지만 형사에서는 합법이라는 뜻인가?
아니다. 더 정확히 이해하려면 두 판결의 기준을 비교해야 한다.
형사 판결의 논리:
- 숙박 정보는 법적으로 보호되는 저작권이나 영업비밀이 아니다.
-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의 기계적 수집 자체는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민사 판결의 논리:
- 비록 각 정보 조각이 개별적으로 보호되지 않더라도,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경쟁사의 장점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
- 타사의 정보 수집 노력과 투자를 약탈하는 것이 문제다.
결국 형사와 민사의 기준이 다른 것이 아니라, 민사는 더 넓은 범위의 피해를 보호한다는 뜻이다.
크롤링 합법·불법을 판단하는 3가지 기준
야놀자 판결 이후, 실무에서 크롤링의 법적 지위를 판단할 때 다음 세 가지를 본다.
1. 이용약관과 robots.txt를 위반했는가?
가장 먼저 확인할 점은 절차적 합의다. 크롤링 대상 웹사이트의 이용약관에 "자동 수집 금지"가 명시되어 있는가? robots.txt 파일에 차단 지시가 있는가?
이것들을 무시하고 크롤링하면 서버 접근을 무단으로 하는 것이 되어,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절차적 정당성이 가장 기본이다.
2. 크롤링 목적이 순수한 경쟁인가, 부당한 탈취인가?
데이터를 어디에 쓸 것인가가 핵심이다.
합법 가능성이 높은 경우:
- 학술 연구, 통계 분석
- 시장 가격 비교 (정보 출처 표시)
- 소비자 리뷰 수집 (언론, 신용평가)
부정경쟁으로 인정될 위험이 높은 경우:
- 타사의 거래처 고객 정보를 그대로 모아 활용
- 상품 설명, 이미지, 후기를 무단 복제해 경쟁사 이용자를 뺏기
- 시스템 투자 없이 타사 정보에만 의존한 서비스 운영
여기어때 사건이 바로 이 세 번째에 해당했다. 야놀자가 몇 년에 걸쳐 축적한 숙박시설 정보와 리뷰 네트워크를 짧은 시간에 카피한 것이 불공정으로 봤던 것이다.
3. 대상 서버에 피해를 주는가?
기술적 관점의 기준도 무시할 수 없다. 크롤러가 웹 서버에 과도한 부하를 주면, 이는 정보통신망법상 "불정당한 접근"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적절한 User-Agent 선언, 요청 빈도 조절, robots.txt 준수는 기술적 성실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체크리스트] 내 크롤링은 안전한가?
크롤링을 계획하고 있다면, 시작 전에 이 목록을 확인해보자.
- 대상 사이트의 이용약관을 읽었는가?
- robots.txt에서 해당 경로가 차단되지 않았는가?
- User-Agent를 명시했는가?
- 과도한 빈도(초당 요청 수)로 접근하지 않는가?
- 수집한 데이터를 원출처와 함께 표시할 것인가?
- 수집 목적이 학술·공익·정보제공이 주된가, 아니면 경쟁사 침해가 목적인가?
- 경쟁사가 수년에 걸쳐 축적한 정보를 단기간에 복제하는 건 아닌가?
- 수집한 데이터로 경쟁사의 고객 기반을 침해할 우려는 없는가?
모든 항목에 확실히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법적 위험은 낮은 편이다. 하나라도 의심되면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결론: 크롤링은 기술이 아닌 의도의 문제
야놀자 사건의 가르침은 명확하다. 웹 크롤링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하는지가 법적 지위를 결정한다.
정보통신망법과 저작권법의 경계선에서는 형사 무죄일 수 있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의 관점에서는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을 물 수 있다. 이는 개별 법령의 차이가 아니라, 시장 질서 보호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한 법체계의 진화다.
혹시 귀사가 경쟁사 정보 수집을 계획 중이거나, 이미 크롤링 피해를 입고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법률 상담을 받아보세요. 몇 가지 절차를 거치는 것만으로도 법적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도하 | 원준성 변호사
특허·상표·저작권·데이터 분쟁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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